그렇게 착한 아이를 자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필자는 “힘드신 건 알겠지만 아이에게 하소연하면 나중에 큰일 납니다. 절대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당장 힘든 엄마 입장에서는 야속한 말일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 착한 역할을 맡았기에, 아니 강요받았기에 어른이 되면서 그 후유증으로 처절하게 고통 받는 ‘착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부모의 자세는 아이의 자율성과 자존감의 근원이 된다. 하지만 ‘착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늘 화가 나 있는 부모의 눈치를 살피고, 기분에 맞추어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자존감이 제대로 형성될 수 없었다.
또한 아이는 양쪽 부모의 사랑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늘 아버지 험담을 하고, 자신의 편이 되어 주기를 원하는 어머니의 암묵적 요구에 부응하느라 아버지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생겨난 양가적 감정으로 자신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고, 그럴수록 처벌하기 위해 자해를 하고나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패턴이 생겨난다.
또한 ‘착한 아이’들은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인정받고, 칭찬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이런 희생을 알아주지 않으면 크게 분노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혼 가정의 자녀가 부부 불화를 겪는 가정의 자녀보다 더 행복하다는 보고도 있듯이 어른의 싸움은 어른선에서 끝내야 할 일이다.
부부 갈등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상담해보기를 바란다. 사정상 전문가를 찾아가기 힘들다면 여성의 전화나 생명의 전화 또는 병원이나 상담 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홈페이지의 무료 상담을 이요해볼 수 있으니 힘을 내자.
내가 ‘착한 아이’였다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내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자. 수고했다고.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내 의견을 말하면서 편하게 살자고. 그러면 당신 속에 남아 있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작은 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