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성인이 들끓는 나라에서 아이들만 우울하지 않다면 그것도 이상한 얘기가 아니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다. 미친 듯 한 학업 경쟁과 늘어나는 학교 폭력, 청소년들은 점점 가치관을 정립하기 어려워지고 선생님, 부모님이 이끌어주는 삶을 조용히 따라가거나 아니면 온몸으로 저항하거나 하는 살 a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같다.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는 아이들이라고 어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무런 원인 없이 발생하는 선천적이고 불특정한 우울증도 있지만, 대부분의 우울증은 스트레스를 적절히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데 아이들이라고 왜 스트레스가 없을까. 학업 및 진로, 성적, 교우관계, 이성 및 가족 문제 등 어찌 보면 어른들보다도 더 큰 문제를 안고 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똑같은 크기의 문제라도 어른들보다는 아이에게 더 부담스럽고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스트레스를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은 아무래도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아이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케어하는지 유심히 관찰해보아야 한다.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는 않나? 어른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먹을 것에 탐닉하거나 게임에 몰두하지 않나? 요즘 게임에 빠진 아이에게 윽박지르기만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가 뭔가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을 게임을 함으로써 잊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스 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고민과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꽁꽁 싸매지 말고 밖으로 내비치고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려면 이런 것부터 보여줘야 옳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어떠한 도구를 소개하는 것보다 스트레스와 그와 관련된 감정 상태를 다루는 것이 우선이다.
“아빠가 요즘 회사에서 못살게 구는 부장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화도 나는데 어떻게 하지?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부모는 이 질문으로 아이에게 자존감과 책임감을 주는 동시에 ‘가족의 문제는 가족이 함께 풀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까지 덤으로 건네주었다.
혹시 부모가 되어서 이렇게 아이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아이는 우리를 완전무결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궁금하다면 오늘이라도 직접 물어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