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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정신병약물 임상의 역사와 미래

 

이중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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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정신병약물의 미래

지난 반세기 동안 D2 수용체 차단 이외의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진 항정신병약물의 개발이 시도되어 왔으나, 어느 하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존 항정신병약물의 작용 기전을 통해 정신질환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다시 이를 통해 더 나은 약물을 개발하려는 전략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는 clozapine은 마법의 산탄총(magic shotguns)으로 분류되듯 그 작용 기전이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이어서 여전히 미지로 남아 있다. 이처럼 정신질환의 원인병리 뿐 아니라 약물의 작용 기전도 규명하지 못한 현재로서는 마법의 탄환(magic bullet), 즉 부작용 없이 특정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이상적인 화합물의 개발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하나의 분자표적(molecular target)에 선택적인 약물과 여러 가지 분자표적에 선택적으로 비선택적 작용을 하는 약물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 약물의 개발로 이어질지에 대해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1) 어느 정도 D2 수용체에 친화성이 있으면서 5-HT1A, 5-HT2A, 5-HT2C, 5-HT6, 5-HT7, glutamate, nicotine 등 유망해 보이는 수용체와 결합하되, 곤란한 부작용과 관련되는 α1, H1, M1, M3 수용체 활성이 배제된 약물의 개발, 2)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또는 음성 증상이나 인지 장해 등 특정 증상 영역의 치료를 목표로 하는 단일 표적약물의 개발, 3) (아마도 D2 수용체 이외의)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약물의 개발이 모두 시도되고 있다.


조현병은 다유전자적 질환으로 작은 효과를 가진 다수의 유전적 변이가 모여 발병으로 이어진다고 추정되며 후생적 요인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 정신질환은 동일한 진단이 내려진 환자라도 각기 다른 증상 양상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모형으로 유전적으로 조작된 동물을 활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더욱이 정신질환, 특히 환각이나 망상, 음성 증상 등 복잡한 추상적 구성체를 동물 모형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인지 장해 등 일부 증상영역 동물 모형의 가능성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인지 기능이 다른 정신 기능과 연관된다는 점은 갈 길이 단순치 않음을 가리킨다. 또한 정신의학은 기저의 기질적 원인을 배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검사 방법 이외에는 진단, 치료의 선택, 경과 예측 등을 가능케 하는 생물학적 표지자(biological marker)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계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진단분류 체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조현병은 단일 질환이 아니라 이질적인 증후군의 복합체로 이해되고 있다. 조현병의 현재 구성 개념은 정신병과 동의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이처럼 이질적인 구성체의 병태생리를 규명하려는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의 진단 기준이 일상적인 임상 진료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구체적이고 연구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개략적이라는 오래전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DSM-5에서는 조현병의 진단 기준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으나 평가해야 할 증상 영역을 제시함으로써 차원적 모형의 병용을 권하고 있다. 또 다른 시도로 미국 NIMH에서는 Research Domain Criteria를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접근법에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귀추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와 같은 접근법이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에 어느 만큼은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주리라 생각된다.


과학적 개념의 정의는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뒷받침할 때에만 타당성이 확립된다. 정신의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체계는 너무 복잡해서 설명보다는 주로 기술이 이루어져 왔고 제시된 설명도 정확한 재현이 가능한 여타 자연과학에 비하면 그 힘이 미약하다. 인간의 뇌나 정신질환의 근저와 같은 복잡계에 대해 타당한 설명을 하려면 증상, 행동, 경험에 대한 일인칭적 진술을 포함하는 정신병리학과 뇌의 구조와 기능 등 신경생물학 정보 모두를 알아야만 한다. 의식적인 경험을 정리, 분류하여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개념의 정립을 목적으로 하는 정신병리학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특정 질병을 숙고하고, 비교하고, 설명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근본과정이며 의학적 접근법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표식인 진단분류학의 새로운 방법론 모색이 절실하다. 현재로서는 조금이나마 정신질환의 실체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진단분류 체계나 정신병리 척도의 단순한 적용을 넘어 더욱 폭넓고 깊이 있게 자료를 수집하고 표현형(phenotype)을 세분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일관성 있고 공고한 신경생물학 연구 결과를 쌓지 못한다면 또 다른 ‘우연한 발견’을 기다려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

항정신병약물은 조현병의 치료를 비롯해 정신의학 임상과 연구 전반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왔으나, 동시에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남겨두고 있다. 효과가 완벽하고 부작용이 없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힘을 모아야겠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는 우선 기존 약물을 적절히 사용하여 치료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약물 각각의 효능과 한계 그리고 부작용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차별점을 분명히 밝혀 개개 환자의 치료에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조>

항정신병약물 임상의 역사와 미래, 이중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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