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작아도 에너지 소비가 엄청난 장기란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마커스 레이클 교수는 뇌에서도 에너지를 특히 많이 낭비하는 곳을 발견했다. 그 정체는 DMN(Default Mode Network)(멍한 상태이거나 몽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이라는 특수한 신경 회로였다.
DMN은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활동하는’ 뇌의 기본 회로다. 실제로 뇌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활동하는 특수한 장기다.
연구에 의하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뇌도 하루 중 절반 이상이 DMN에서 하는 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DMN의 에너지 소비량인데, 자그마치 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0~80%나 된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작업할 때,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양은 겨우 5%에 지나지 않는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는 곧 뇌 피로의 진짜 원인이 DMN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DMN을 발견한 마커스 레이클 교수는 이 현상을 천문학 용어에서 빌려와 ‘뇌의 암흑 에너지’라 이름 붙였다.
에너지 낭비꾼에서 창의적인 천재까지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DMN이 단순한 에너지 낭비꾼이 아니라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천재가 대체로 고독한 생활을 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혼자 있어야 DMN이 이러저런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뇌 속 기억창고에서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DMN은 단독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다른 두 가지 중요한 회로와 함께 기능하고 있다.
DMN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신경망 네트워크인 SN(Salience Network) 그리고 CEN(Central Executive Network)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SN은 뇌 피로와 회복을 위해 DMN과 연관된 회로다. 내부와 외부의 정보를 지각하고 DMN과 CEN을 스위칭(신호의 ON, OFF를 전환하는 일)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공감력을 높여준다. CEN은 작업뇌 역할과 함께 인간 최고의 사고, 감정, 행동 등을 조정하는 회로다.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그 일을 위해 집중하게 한다.
야구에 빗대면 SN은 감독, CEN은 일류 타자, DMN은 하류 타자의 역할을 한다.
이 세 회로는 위치상 뇌의 최고 사령부인 전전두엽에 위치해 있다. 해당 부위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각자가 중요한 역할을 맏는 동시에 서로가 밀접한 연관을 갖고 견제 혹은 촉진을 통해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를 ‘대규모 뇌 네트워크(Large Scale Brain Network)’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