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피로감, 비슷한 말 같지만 둘은 뇌 과학적으로 엄연히 다르다. 교감신경이 혹사되면 그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와 전대상회에서 피로가 발생한다. 그러면 즉시 변연계(감정 뇌)를 거쳐 안와전두피질로 경고 신호가 보내진다. 안와전두피질은 변연계에서 보내오는 경고 신호를 수신해 우리 몸이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
첫째, 신나고 기분이 좋으면 피로감을 못 느낀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추운 줄 모르는 것과 똑같다. 신장개업한 가게에 물밀듯이 밀려드는 손님에 신이 나서 배도 안 고프고 피곤한 줄도 모르는 주인장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바로 ‘피로감 없는 피로’상태다.
둘째, 피로감은 느끼지만 쉴 여유가 없다는 판단이 들면 안와전두피질에서는 휴식을 연기한다. 급한 일이 잔뜩 밀려 있으니 ‘이것만 마치고 먹자’ ‘이것만 다 해놓고 쉬자’고 명령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로는 더 가중된다. 이런 경우는 ‘피로감 있는 피로’ 상태라 할 수 있다.
불행히도 과도한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직장인은 대부분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너무 바빠 미처 피로를 못 느끼거나, 느껴도 적절한 조치 없이 무리해서 일하는 것이다.
‘은폐된 피로’는 피로한데도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피로가 발생하는 뇌 과학 기전
몸속 활성산소가 늘어나면서 교감신경 말단에 산화가 일어나고 급격한 피로감을 느낀다. 주지하다시피 활성산소는 신체의 모든 조직을 산화시키는 원흉이다. 산화된 조직은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심한 경우 파괴되어 사멸할 수도 있다. 활성산소가 곧 피로인자(Fatigue Factor)인 것이다.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가 시작되면 교감신경 말단 부위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는 실로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공장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활성산소에 의해 에너지 공장이 폭파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