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 년 전 지구의 대기는 질소와 탄산가스뿐이었다. 그때 단세포 생물이 처음 나타난 산소 없이 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해당계라 부른다.
그 후 약 20억 년 전부터 식물이 지구에 출현해 산소를 내뿜기 시작했다. 단세포 생물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위험이었다. 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세포 생물은 생존을 위해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세포가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가 출연하게 된 원인이다. 이로써 단세포 생물의 세포 안에는 해당계와 미토콘드리아계가 공생을 하게 된다. 현재의 완성된 세포 안에 두 개의 에너지 생산 공장이 갖춰진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무너지면 건강이 무너진다
해당계는 산소 없이 당질로만 에너지를 생산하므로 그 과정이 단순하고 빠르지만 에너지 생산량은 적다. 반면 미토콘드리아계는 당질을 비롯해 지질, 단백질, 햇빛, 산소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서 과정이 복잡하고 느리지만 생산량은 해당계에 비해 18배나 많다.
즉 다세포 생물인 인류의 진화 발달은 효율이 높은 미토콘드리아계를 잘 활용해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특성 때문인지, 쉬어야 할 상황에서 쉬지 못하고 교감신경을 혹사할 때 미토콘드리아와 해당계 세포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교감신경을 혹사하면, 활성산소가 급격히 발생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된다. 반대로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해당계 세포는 증식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증식 억제 유전자가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세포가 무한 증식하고 유전자에도 변이가 온다. 즉, 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모든 에너지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되어 공급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원천이며 활성 중추다. 문제는 불행히도 미토콘드리아에 다음과 같은 결정적 약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일을 많이 할수록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진다.
둘째, 미토콘드리아는 발암성이 있는 특정 화학물질과 쉽게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셋째, 변이된 유전자의 미토콘드리아가 분열 증식하면, 세포는 비상이 걸릴뿐만 아니라 주변 세포에도 손상을 입힌다.
넷째, 유전자 속에는 세포의 수명이 적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손상되면 세포는 죽지 못하고 무한 증식하게 된다. 암의 시작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하게 기능해야 인체가 건강하다. 이 신비하고 중요한 기능을 가진 기관이 발견되어 연구된 것이 불과 20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미토콘드리아 연구로 배출된 노벨상 수상자가 아홉 명이나 된다.
나이 들수록 Slow but Steady
어릴 적에는 빠른 세포 증식을 통해 성장을 해야 하기에 해당계 운동이 주가 된다. 그러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지구력을 주로 쓰는 미토콘드리아계로 전환된다. 그래야 몸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해당계와 미토콘드리아계의 모습은 마치 각각 단거리 선수와 마라톤 선수 같다. 단거리 선수는 순발력을 내는 속근(速筋)이 발달되어 있어 체형이 마치 역도 선수같다. 이런 격렬한 운동은 무산소 운동이어서 피로가 쉽게 온다. 해당계 운동인 것이다.
반면 마라톤 선수는 지구력을 내는 지근(遲筋)이 발달되어 체격이 날씬하다. 이런 운동은 충분한 산소 공급을 필요로 하는 호기성 미토콘드리아계 운동이다. 에너지 생산도 잘되고 산소 공급도 충분하기 때문에 피로가 덜하다.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지구력이 좋다.
이처럼 해당계와 미토콘드리아계는 에너지, 산소,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등의 기전이 전혀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어른이 되어도 계속 해당게처럼 ‘빨리 빨리’ 달리려고만 한다. 당연히 무산소 운동을 하듯이 피로가 쉽게 올 수 밖에 없다. 피로한 줄도 모른 채 말이다.
결국에는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한국을 피로 사회라 부르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어른이 되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slow but steady)’가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