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로, 대체적으로 갓난아기 때의 기억을 해내는 사람은 잘 없더라는 것이다. 오래되어야 4~5세 때 기억을 해낸다면 훌륭하다. 초등학교 때 기억도 별로 안 난다는 사람도 있다.
둘째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첫 기억은 대체적으로 ‘강한 감정의 동요’를 느꼈던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평범하게 집에서 TV를 본 일이나 잠잤던 때를 첫 기억으로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기억들은 주로 강한 감정의 굴곡을 경험했던 순간이 많더라는 것이다. 그 감정이 행복이나 기쁨 같은 긍정적인 것도 있을 테고, 슬픔이나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도 있을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 중 하나로 내담자의 첫 기억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
이것은 뇌 과학적으로 봐도 일리가 있는데, 우리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와 ‘감정을 처리하는 부분’인 ‘대뇌변연계’는 신경 줄기를 통해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있다. 강한 감정을 동반하는 경험을 하면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부분에서 이 경험에 ‘접착제 도포와 망치질’을 하여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에 이 경험이 더 오래 남도록 하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감정을 금고에서 끄집어내자. 엄밀히 말하면 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을 다시 발휘해보자. 난 아직도 여러 가지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걸 ‘느끼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이다.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와 놀면서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좀 더 느껴보자. 가까운 사람에게 지금 행복하다고, 지금 화가 난다고 얘기해보자. 유치하다고? 좀 유치하면 어떤가? 순간의 유치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보라.
우울증은 어쩌면 우리가 감정을 잘 느끼고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일 수도 있다. “내 삶이 너무 무미건조한데요.”라고 얘기하기 전에 하루를 찬찬히 살펴보라. 아마도 여러분의 감정은 계속 요동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