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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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노트

김지숙 지음 / 도서출판 다른

“너, 나 미워한 적 있어?”

사랑하니까 미워할 수도 있다는 거지. 제일 두려운 건 네가 날 미워하는 게 아니라 무관심해지는 거야. 스르르 멀어져 잊히는 거.
- 영주가

 

<수아>

내게 친구가 많았던 건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만만한 애였기 때문이다.
누구한테나 친절한 아이, 그게 나였다.

18페이지. 나에게도 가면이 있었다.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늘 웃고 있는 가면. 혼자 있을 때만 그걸 벗어 버리고 우울한 얼굴을 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그 가면이 떨어져 나갔고, 나는 한번 벗겨진 이상 다시는 가면을 쓰지 않기로 했다.

91페이지. 그냥 걔를 보고 있을 때가 좋았던 거 같아. 너무 가까이서 말고 조금 거리를 두고 볼 때가 좋았어.


<영주>

아이들은 멋대로 다가와서는
멋대로 나를 미워하다 사라져 갔다.
초등학교 때 아이들도,
중학교 때 혜지 패거리도,
그리고 수아 마저도,

170페이지. 수아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무엇인가 남기기로 했다.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배신자, 거짓말쟁이, 이중인격자라고 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수아를 용서하는 건 아니다. 상처를 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친하게 지냈을 때 수아의 진심은 믿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준다고 믿었던 내가 불쌍해지니까. 그래서 마지막 문자를 수아에게 보냈다.

그래도 즐거웠어. 비밀노트.
<미경>

나는 키만 빼고는 뭐든지 늘 중간이었다.
공부도 중간이고 외모도 밋밋했다.
혼낼 것도 칭찬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어중간한 아이였다.

192페이지. 화가 풀어진 수아는 평소보다 기분이 더 좋아 보였다. 내 앞에서 팔다리를 사방으로 흔드는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도 했다.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는 춤이었다. 내가 웃었더니 “넌 정말 좋은 친구야.”라고 수아가 말했다. 종일 참고 기다리던 달디단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이었다.

199페이지. 수아와 영주의 한 칸 뒤, 그곳이 내 자리인 것 같았다. 나는 수아와 영주 사이에서 내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애썼다. 그게 혼자 있는 것보다 나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해서라도 수아 곁에 남고 싶었다.

236페이지. 영주네 집에 가 보자는 말 하려고 체육관에 갔던 날 말이야. 그날, 네 뒷모습을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네 뒷모습 보는 게 처음인 것 같다고. 예전에 항상 네가 내 뒤에서 걸었잖아. 반걸음쯤.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네 뒤에서 널 응원해 주고 싶다고.

[작가의 말]

239페이지. 하지만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일 뿐이었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학교에 가기가 싫었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었다. 학교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고단한 투쟁이었다. 나는 늘 친구들로부터 미움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소녀였다.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썼다. 내 감장을 감추고 다른 아이들의 기분을 맞춰 주기에 급급했다.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도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도 나에게는 ‘착한 소녀 콤플렉스’가 있었던 모양이다.

240페이지. 오로지 영주만이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예쁘다는 것도 영주 스스로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니, 어찌 보면 영주야말로 가장 행복하지 못한 아이다.

240페이지. 나는 세 명의 아이들에게 순서대로 감정이입을 했고, 모두가 가여웠다. 내가 만들어 냈지만 따로 불러서 한마디씩 충고해 주고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아이들이 좀 더 솔직해지기를 바란다. 수아는 영주의 직절적인 말투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고, 영주도 왕따를 당하는 것에 수긍하지 말고 분노하길 바란다. 미경은 수아와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걸었으면 좋겠다.


[[독후감]]

여중생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몰래 엿보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비밀노트라는 둘만의 비밀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공간에서 조차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수아. 반면에 너무나 솔직하게 본인을 표현하는 영주. 거기에 예쁘고 친구들에게 인기까지 있으니, 표현을 못하는 소녀로서는 질투가 날 수밖에. 안타깝지만 그 소녀를 멀리서 바라보는 미경이까지.

세 명의 여중생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표현해내는 것들을 담고 있는 읽기에는 가볍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은 책이다.

작가의 말에서 너무나 아끼는 나머지 본인이 만들어낸 대상임에도 각자 한마디씩 충고를 하는 마음에 100%, 아니 1,000% 공감이 간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서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들에 있어서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되기를 바라는 어른의 마음인 것 같다.

본인의 감정이 있음에도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나이인 10대 초․중반의 아이들에게서 나는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소소하다고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현실사회에서는 이러한 고민들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없는지, 혼자서만 끙끙대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 더 살펴보는 시야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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