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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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그림이 많은 책이 이렇게 솔직하고, 공감되어도 되는 거야??"

구작가 글․그림 / 예담

 
   제목에 끌려서 선택하게 된 책으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첫 페이지를 펼친 순간, “아~ 뻔한 내용이겠구나.”라는 얕은 탄식이 나왔고, 오늘 준비한 책은 이것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장, 두 장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은 페이지에 플래그를 붙이기 시작했고, 퇴근길 50분 남짓 동안 책을 다 읽어버렸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내 나이 30대 후반인데, 청승맞게 지하철에서 서서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책을 읽어보니 일러스트 작가로 유명한 것 같은데, 나는 전혀 알지 못 했다. 그렇기에 첫 장에 베니를 소개할 때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마음으로 지하철에서, 그것도 서서 이동하면서 책을 한 장씩 읽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는 책장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신기했던 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나에게 정말 신기할 정도로 전달이 잘되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한 관점에서 책을 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전달력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평가된다. 나는 구 작가를 모른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구 작가를 매우 잘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또한 구작가의 눈 상태가 현재 어떤지 매우 궁금해졌다. 책에 나온 25개의 버킷리스트는 몇 가지나 실행이 되었고, 나머지 5가지는 채워졌는지 궁금해졌다.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전달력에서 나오는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온몸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베니의 모습에서 요즘 회사일로 지쳐있는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9개월 만에 싸이월드 스킨 작가 되었을 때, ‘그 순간 정말 아무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을 작가의 기분이 짜릿하게 느껴졌으며, 나에게도 그렇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였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애로 인해 힘들어할 때, 다른 장애를 가진 동사무소 직원의 태도, 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는 것 같았다는 마음에 또 한번 반성하는 나를 느끼게 되었고, 다시 용기를 내어서 <내가 되고 싶은 나>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하자, 응원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용기 내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시련인 눈도 안보일 것이라는 절망감. ‘울고 싶지 않았지만...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어요.’라는 페이지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면서, 그렁그렁 고였다. 그것도 지하철에서, 심지어 붐비는 퇴근길, 서서...그럼에도 다시 용기를 내서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아보자라고 다짐하는 베니의 모습에 또 한번 짠한 감동을 느꼈다.

   버킷리스트, 평소 막연한 생각으로만 간직해오던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것이라는 걸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병을 알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더 간절하다는, 그전에는 몰랐던, 처음 느끼는, 그래서 심장이 더 두근두근한다는 베니, 나는 어떻게 살아왔지? 지금 나는 내 생활에 불평, 불만만 제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최근 신경 쓰는 일 때문에 일 자체를 그만두어야 하는 건 아닌지를 고민하는 이 시간이, 베니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깝고, 낭비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 둘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은데, 가치는 너무나 달랐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나가고 하나하나씩 수행해나가는 내용에 움직이는 지하철이지만, 정말 큰 응원을 보내게 되었다. 교장선생님을 만나서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에서의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는 둘째 날에는 나또한 저렇게 출근하는 인파 속에 한 사람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마지막 셋째 날엔 나도 해가 뜨는 순간을 느껴보리라 다짐해보았다.

   가까이 있어 더 소홀한 가족. 주어진 시간이 없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가족. 나는 가족들에게 어떠한 표현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련한 추억인 봉숭아 물들이기. 구하기도 힘든 걸 주변 사람이 도와주어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어찌 보면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 책을 보며, 나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고, 베니가 제안하는 대로 오늘만을 살아야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라는 주제로 나의 버킷리스트를 지금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들고 하나씩 실행에 옮겨가며 느껴지는 것들을 베니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처음 가볍게 책을 집어 든 내가 무안할 만큼 짧고, 간결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내 가슴에 팍!! 와 닿았다. 눈물을 보인 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책을 보며 울어본 적이 없는 나의 가슴을 움직이게 해준 이 책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도 오늘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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