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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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주떼

김혜나 / 은행나무

 

잡고서 읽기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린 내용.


은행나무에서 발간한 책을 연달아서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힘들다!"




조금 편하게 읽고 싶었는데,

나를 호락호락하게 놓아주지 않는 이 세상~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이겨내야 하고 플 때 도움이 되는 책!"

 

52페이지,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을 수 없어서 보는 것. 나는 리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깨달을 때마다 곧잘 당황하곤 했다. 

75페이지, 남자는 그저 자신을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는데 자기 혼자서는 들 수가 없으니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게 뭔데요?"라고 묻자 그것은 가보면 안다고, 나라면 분명히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꼭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아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아저씨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116페이지, 서서히 발걸음을 떼며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샤세 안 아방, 점점 빨라지는 알레그로 스텝에서 뛰어오르는 주떼에 어떤 무게도 실려 있지 않은 모습. 가볍게 주떼를 이어가다가 어느 한순간 훅, 그랑 주떼를 뛰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던 모습. 안 아방 아라베스크. 그렇게, 공중에 떠 있는 모습, 하늘과 같이, 산소와 같이, 아무것도 없는 그것과 하나 된 모습, 오로지 그 모습만이, 나에게 남았다.

124페이지, 그러나 그 어떤 아이도 밉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다, 저마다의 빛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빛을 감추거나 숨기는 법을 결코 알지 못 했다. 그리하여 이 아이들 모두가 다 저마다의 빛으로 홀연히 빛났다. 아주 어렸던, 그때의 나에게도,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빛이 존재하고 있었을까? 흘러나오고 있었을까?

126페이지, 나는 발등을 길게 뻗어 늘였다. 그 순간 그 안에 담긴 것들이 모두 뻗어 나오는 듯했다. 나에게서......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동안 나를 떠나가 버린 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나를 떠나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발등을 더욱 길게 늘였다. 바닥에 닿는 발끝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샤세, 샤세. 나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며 샤세를 뛰었다. 안 아방, 안 오. 팔이 넓게 벌어지고, 멀리 나아가며, 나는 춤을 추었다. 높게 날아올랐다. 주떼 주떼, 그랑 주떼. 

129페이지, 나는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뼈아픈 상처와 슬픔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는 이 진리를 알지 못해 나는 내 유년의 상처를 항상 감춘 채로 살았다. 그러면 언젠가는 사라질 줄 알았다.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상처는 더 깊이 곪아가기만 했고, 나는 이 상처들을 지우려 끊임없이 방황하고 절망하며 스스로를 괴롭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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