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의 블로그

[자유가 치료다], 백재중, 이탈리아 정신건강혁명, 바살리아, 우리나라 정신건강은? 04. 고리찌아 정신병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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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프랑코 바살리아의 고리찌아 정신병원 시절

프랑코 바살리아는 1924년 3월 11일 베네치아 상류층인 베네치아 가문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파시스트에 대항하는 지하 단체에서 빨치산 활동을 했는데 이 때문에 여러 달 감옥에서 지내기도 했다. 감옥에서 ‘완전한 구금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파도바 대학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정신의학을 전공하면서 후설, 하이데거 등의 현상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고리찌아 정신병원 원장이라는 자리는 그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바실리아는 이 정신병원에서 1961년부터 1968년까지 근무했다. 처음 부임하고서는 정신병원의 상황들에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환자들을 결박하거나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기 충격 요법, 인슐린 요법 등도 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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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정신병원은 1904년 제정된 법률 36호에 따라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 위험이 있다고 여겨지는 정신 질환자들을 강제로 수용하는 곳이었다. 자발적 입원은 불가능했다. 정신병원 입원 기록은 범죄 기록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 의뢰의 목적은 푸코가 얘기했던 ‘훈육과 처벌’이었다. 

 

당시 바살리아는 병원장으로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안을 제시하였다. 1) 근무 인력에 대한 훈련, 2) 근무자들 간, 근무자와 환자 간 의견 차이를 자유롭게 표현, 3) 환자 자치회 구성, 4) 집담회와 회의를 자주 개최, 5) 폭력적인 진료(전기 충격 요법, 격리 수용, 억제대 사용)금지 등이었다. 

 

02. 프랑코 바살리아가 바라보는 정신병원과 정신질환자 

1964년 바살리아는 정신병원의 해체를 얘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아픈 환자가 수용소 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는 감정적 공백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버튼은 이를 시설 신경증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단순하게 시설화라고 부른다. 환자가 수용된 공간에서 치료를 제공하지만 역설적으로 환자의 개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신질환이 근본적으로 개성과 자유의 상실이라면, 수용소에서 오히려 환자들은 자아를 상실하고 질병과 반복 입원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어떤 계획이나 미래도 없고, 개인적 동기도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항상 의존하게 되며, 시설의 통제에 따라 일상생활이 조직된다. 사람을 만나거나 개인적 욕구를 추구하는 것도 어려워지게 된다. 이것이 수용소 생활이 기초하고 있는 시설화 체계이다.”

 

바살리아 사상의 세 갈래는 20년에 걸쳐 모양을 갖춘다. 1) 반시설주의(Anti-institutionalism), 2) 사회분석, 3) 의학 지배 체제(Medical establishment)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특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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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바살리아를 바라보는 루키의 시각

바살리아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만 98세이다. 요즘 경로당에 갈 일이 있는데, 20년대에 어르신도 만나게 되는 요즘이다. 바살리아도 살아 있다면 그 정도의 어르신이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상상이 간다. 

 

정신병원개혁 운동을 했다고 해서 그런지 상류층이라는 예상보다는 집이 가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상류층으로서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고, 좀 더 좋은 병원으로 갈 수 있었음에도 가지 않고, 본인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하여 이탈리아 변방에 있는 지역의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나도 위치가 궁금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정말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인 로마와의 거리는 상당하다. 

 

과거의 정신병원은 수용소의 역할이 더 많이 있었으며, 자의입원은 할 수 없고, 강제 입원만이 가능하였으며, 입원하면 범죄 이력이 남는 등의 편견과 낙인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이탈리아가 그럴 정도이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듯하다. 

 

당시 바살리아가 제시한 5가 기준[1) 근무 인력에 대한 훈련, 2) 근무자들 간, 근무자와 환자 간 의견 차이를 자유롭게 표현, 3) 환자 자치회 구성, 4) 집담회와 회의를 자주 개최, 5) 폭력적인 진료(전기 충격 요법, 격리 수용, 억제대 사용)금지]은 현재에 우리나라의 정신병원에 적용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벌써 60년 전의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나라에 적용해도 무색하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병원 근무인력에 대한 훈련은 막연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종사자에 대한 존중과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한 것으로 해석된다. 종사자의 질이 높아져야만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종사자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근무자들 간, 근무자와 환자 간의 의견 차이를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이 잘 안 되기는 한다. 이것 또한 먼 이야기 같다. 

 

이렇듯 바살리아가 제시한 기준안이 그 당시에도 혁신적이었겠지만, 지금 적용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놀랍니다. 

 

바살리이의 말 중에서 나는 이 말이 인상적이다. 

“정신질환이 근본적으로 개성과 자유의 상실이라면, 수용소에서 오히려 환자들은 자아를 상실하고 질병과 반복 입원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개성과 자유가 사라지게 된다면, 정신병원이라고 불리는 수용소에 입원함으로써 자아를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 왠지 울컥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러한 통찰력을 가지고 정신병원을 바라보고 환자를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바살리아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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