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치료다, 백재중, 이탈리아 정신건강혁명, 바살리아, 우리나라 정신건강은? 02. 들어가는 글,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역사와 실태
이탈리아는 1978년 바살리아 법 제정으로 정신병원을 폐쇄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정신보건 체계를 수립, 실행하고 있다. 정신보건 분야에서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 정신질환자의 시작은 1913년 제생원에 35병상 규모의 정신 병동이 개설된 것이 시초이며, 1935년에는 청량리 원병원이 사립 병원 최초로 정신병동을 개설하였다. 정신병원이 본격 설립되는 것은 국립서울정신병원 개원부터이다. 이 병원은 1952년 노량진 구호병원을 인수하여 발족하였으며, 1962년에는 300병상 규모로 확장되었다.
1975년 12월 내무부 훈령 410호인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조치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 지침]을 제정하면서 부랑인에 대한 대감금의 역사가 시작된다. 훈령 410호에는 부랑인을 ‘일정한 주거가 없이 관광업소, 역, 버스정류소 등 많은 사람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하여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걸인, 껌팔이, 앵벌이 등 건전한 사회 및 도시 질서를 저해하는 모든 부랑인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1980년대 들어 무허가 기도원과 대규모 정신 요양 시설의 비인간적인 수용 실태가 보도되고,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크게 사회 문제 되면서 정신보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다. 이후 정신병원과 정신 요양 시설 등 시설 확충이 이루어지고 정신 질환자 관리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었다.
민간시설에서는 환자의 수가 곧 돈이 되는 현실이고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보다 병원에 이득 되는 치료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2006년 기준으로 정신장애인의 75%가 여전히 정신병원 또는 정신 요양원에 입원한다. 정신장애인들의 비자의(강제) 입원율이 86%에 달하고 6개월 이상의 장기 입원 비율 또한 53%를 넘는다.
이탈리아의 정신보건개혁(바살리아법)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조금 씁쓸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현황이 아직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상향만 커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책의 뒷부분에도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의 정신보건 정책 및 제도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정신보건정책과 매우 유사합니다. 일본의 정책은 유럽이나 미국의 정신보건 개혁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을 펼쳐왔는데, 그것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반응형
책에서도 나오는 청량리 정신병원은 저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번 방문하였는데 시설이 오래되다 보니 낙후된 모습은 보였으나, 환자를 진심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느끼곤 했습니다. 조금 놀라웠던 것은 입원을 하려면 환자 본인이 쓸 이불을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이 다른 병원들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한 역사적 청량리 정신병원이 2018년 문을 닫습니다. 기사를 살펴보니 재정 악화로 인하여 문을 닫았다고 하며, 현재에는 부지가 기업에 매각된 상태라고 합니다.
국립서울병원, 현재 국립정신건강센터도 예전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을 때 가보았습니다. 낡은 계단 등에서 오랜 역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에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형제복지원 등의 사건은 제가 잘 모르는 내용들이었으나, 최근에도 형제복지원 사건이 뉴스에 간간이 나오면서 실태를 조금이나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부랑인으로 보여서 갑자기 끌려가게 된 사람들이 폭행과 강제노동 등을 하며,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느꼈을 공포 등이 얼마나 심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는 가늠되지 않는 힘듦일 것 같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정신보건개혁을 통해서 이루어낸 것들에서 모방할 것들과 시행착오를 잘 살펴서 우리나라에 적용시켜야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답답함이 좀 더 쌓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