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뇌에 휴식을 주는 세로토닌
도파민만으로는 부족하다
흔히 인간 사회에 놀라운 발전을 얘기할 때 ‘도파민 사회’라고 말한다. 도파민 사회란, ‘높은 도파민 활성을 지닌 성격’ 즉, 높은 지능, 목표지향성, 경쟁심, 탐험정신, 위험을 무릅 쓰는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세상을 말한다.
이러한 적자생존 방식의 도파민 사회는 근대 문명을 이끌어왔으며 기술 혁명을 주도해왔다. 1950~60년대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도파민 사회의 특성이 이해가 된다.
도파민 신경망은 아이들의 발달과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없어도 1등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까? 불가능하다. 일류대학 입학을 위해서 매일 4시간만 자겠다고 하는 무모한 마음도 도파민 신경망에서 나온다. 엄마 아빠의 사랑과 선생님의 칭찬이라는 강력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동기 역시 도파민 신경망이 활성화 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도파민 신경망이 요구하는 보상과 성취는 끊임없는 비교우위에 집착하게 하고, 상대적인 성취감만을 느끼게 한다는 약점이 있다. 또 맹목성을 갖게 한다. 즉, 도파민 신경망을 통한 몰입은 큰 성취를 이루게 할 수 있지만 주변을 차분히 둘러보지 못하게 한다. 나무와 숲 중에서 나무에만 매달리게 하는 약점 때문이다.
비교를 통한 성취는 상대적이다. 아이들의 학업 성적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노력해서 국어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을 때는 큰 만족감을 느끼지만, 올백을 받은 전교 1등 아이와 비교를 당하게 되면 금세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런 초라한 느낌으로 인해 결핍감이 생기고, ‘더 잘해야 하는데, 더 더...,’하는 압박감과 초조감에 항상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세로토닌
세로토닌 신경망은 도파민 신경망에 비해서 훨씬 더 넓은 뇌 영역에 걸쳐 분포한다. 중뇌의 봉선핵에서 생성되어 출발한 세로토닌 신경망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등 대뇌의 전체 피질과 소뇌, 척수의 전 영역에 걸쳐 분포한다. 세로토닌 신경망이 이렇게 뇌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이유는 뇌의 특정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보다는 뇌의 전반적인 조절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로토닌은 한 사람의 기분과 세상을 보는 눈을 좌우하고 만족과 불만족이라는 정서를 조절한다.
과량을 도파민으로 인한 내적 스트레스와 과도한 경쟁심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아드레날린 폭주와 그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폭력성과 충동성, 공격성을 조절한다. 또한 지나치게 몰두할 경우 위험을 초래하는 게임중독 등을 일으키는 도파민과 엔드로핀의 과활성을 조절한다. 극단적인 기분의 상승과 하강을 조절하여 조증과 자살 충동, 우울증을 예방한다.
그리고 세로토닌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 작용의 큰 균형을 맞추고 조절하는 ‘조절 추’와 같은 역할을 한다. 생물학적 리듬 조절 중 특히 수면 주기 조절에 있어 세로토닌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 물질이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유도물질의 전구체(활성화되면 다른 특정 물질로 전환되는 높은 생물학적 잠재력을 지닌 매개체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이 없으면 멜라토닌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세로토닌의 조절 기능은 발달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성숙해 있지 않으므로 미숙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세로토닌의 조절기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행복한 뇌를 만드는 데 세로토닌 조절기능의 중요성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세로토닌 신경망은 뇌의 신경가소성을 활발하게 작용하게 하며, 아이들을 낙천적이고 여유로우며 회복력이 높은 아이로 자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세로토닌 신경망이 튼튼한 아이들은 조그만 상처쯤은 쉽게 극복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해도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대신 당당하게 도전한다.
청소년기는 힘든 시기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기분 때문에 힘들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힘들고, 입시와 어려워진 학습과제라는 현실 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세로토닌 신경망은 이런 사춘기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사춘기 시절, 성호르몬의 거센 물살까지 감당해야 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뇌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세로토닌 신경망뿐이다. 이것으로 보아 “잘 키운 세로토닌 신경망, 다른 열 신경전달 물질계 안 부럽다.”라는 말은 과장된 면도 있지만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세로토닌 신경망을 활성화하는 방법
세로토닌 신경망은 다른 신경전달물질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이하게 세로토닌은 음식물 섭취를 통한 영향도 크다. 세로토닌은 뇌 안의 절대량이 필요한 양보다 늘 부족한 상태이며 음식물을 통한 외적인 공급에 의해서 부족한 양을 채울 수 있다.
세로토닌은 필수아미노산 중 트립토판이 세로토닌 전구체이기에 이것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트립토판은 주로 견과류의 곡식류에 많은데 호두, 들깨, 검은 참깨, 현미, 감자 등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또한 청국장과 치즈 같은 발효식품, 우유와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 및 바나나 등에도 풍부하므로 이를 같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니 아이들과 시간을 내어 함께 해보자.
첫째, 자연을 가까이 하자. 자연과의 접촉은 인간에게 끊없는 편안함과 인식을 주며, 자연은 인간의 오감을 열어준다.
둘째, 사랑하는 마음을 연습하자. 공부에 쫓기다 보면, 아이들은 따뜻한 감정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척박한 현실에 마음 둘 곳을 빼앗겨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간의 사랑이 그것을 바꿀 수 있다. 부모의 다정한 모습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
셋째, 복식호흡과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자.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호흡이 얕아지고 빨라진다. 깊고 고른 복식호흡은 세로토닌 신경망을 강화시킨다.
<총평>
도파민은 도전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지만, 그것이 계속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모두다 인정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인 세로토닌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은 만족과 불만족이라는 정서를 조절한다.
'조절추'의 역할이라는 것이 세로토닌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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